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종교를 ‘호기심’이라고 표현했다. 로켓을 만드는 사람답게 대답도 좀 멀리 간다. 그런데 이 말을 따라가다 보면 화성보다 먼저, 인생이 궁금했던 한 소년을 만나게 된다.
“나는 왜 살지?”라는 질문에는 답하기 어렵다. 반면 “내일 점심에 뭘 먹지?”는 금방 답한다. 둘 다 질문인데, 하나는 우주만큼 넓고 하나는 냉장고만큼 좁다. 머스크가 책에서 얻었다는 생각도 이 차이와 닿아 있다.
인생이 막막했던 소년에게, 우주 코미디가 들어왔다
머스크는 2013년 컴퓨터역사박물관 대담에서 열두세 살 무렵 삶의 의미를 고민했다고 회상했다. 철학책을 읽었지만 기분이 밝아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인생의 정답을 찾는 사람에게 진지한 훈계 대신 우주여행과 농담을 건네는 책이라니. 그런데 머스크가 여기서 건져 올린 생각은 의외로 단단했다. 답을 찾는 것보다,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알아내는 일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우리는 답만 정확하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질문 자체가 엉뚱하면 정확한 답도 쓸모가 없다. 길을 잃었는데 “이 길에서 얼마나 빨리 달릴까?”를 묻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필요한 것은 속도보다 목적지다.
이를 우리 생활로 옮겨보자. 가령 일이 계속 꼬일 때 “왜 내 인생은 이럴까?”라고 물으면 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질문이 너무 크다. “오늘 나를 가장 지치게 한 일은 무엇이었지?”라고 바꾸면 적어도 한 가지는 짚을 수 있다.
질문을 작게 만들었다고 인생까지 작아지는 건 아니다. 막연한 덩어리를 손에 잡히는 크기로 잘라보는 것이다. 큰 수박을 통째로 먹겠다고 붙들고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머스크의 독서 이야기가 흥미로운 건, 마음이 막막할 때 반드시 엄숙한 책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때로는 웃긴 이야기를 읽다가 오히려 오래 붙들고 있던 생각을 느슨하게 만들 수 있다. 같은 문제를 계속 노려보던 자리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것이다.
로켓을 만드는 사람의 연료가 궁금증이라면
머스크는 2024년 렉스 프리드먼과의 대화에서도 자신의 종교는 호기심이라고 말했다. 우주를 더 잘 이해하고 싶다는 뜻으로 설명한 말이다. 종교 단체나 교리를 소개한 발언과는 맥락이 다르다.
이 표현이 재미있는 이유는 보통 우리가 성공한 사람에게서 기대하는 답과 다르기 때문이다. 확신, 결단력, 실행력 같은 단어가 나올 법한 자리에 궁금증이 들어왔다. 아는 것이 많아서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모르는 것이 남아 있어서 계속되는 이야기다.
위 사진을 잠깐 보자. 갈색 산맥처럼 보이지만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성운의 일부다. 평소 산과 구름을 보던 눈으로는 익숙한 풍경처럼 읽히다가, 우주라는 설명을 듣는 순간 다시 낯설어진다. “저게 뭘까?”라는 질문 하나가 사진을 다르게 보게 만든다.
머스크의 선택을 모두 좋아할 필요는 없다. 그가 읽은 책 한 권으로 그의 사업과 성격을 전부 설명할 수도 없다. 다만 이 생각은 따로 가져와볼 만하다. 정답을 빨리 말하는 능력만큼, 질문을 제대로 고르는 능력도 중요하다는 것.
오늘 써먹을 수 있는 질문 하나
그렇다면 호기심은 무엇이든 검색창에 넣어보는 습관일까. 검색 결과가 수십 개 쌓이는 것과 궁금증이 풀리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필요한 질문을 정하지 않으면 탭만 늘어난다. 브라우저는 바빠지는데 나는 더 어리둥절해진다.
가령 아이가 공부를 싫어한다고 해보자. “왜 의지가 없지?”라고 물으면 아이의 성격을 평가하는 쪽으로 흐르기 쉽다. “어느 부분에서 막혔지?”라고 물으면 문제를 읽는 순간인지, 계산하는 순간인지 살필 수 있다. 같은 장면인데 질문 하나가 다음 행동을 바꾼다.
일에서도 비슷하다. “나는 왜 잘하는 일이 없을까?”는 너무 큰 재판이다. “지난주에 남이 나에게 부탁한 일은 무엇이었지?”로 좁혀보면 기억 속에서 구체적인 장면이 나온다. 무엇을 잘하는지 찾는 데 거창한 선언보다 작은 흔적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이 예시들은 머스크가 인터뷰에서 들려준 사연이 아니라, 질문에 관한 생각을 일상에 옮긴 장면들이다. 그의 말에 기대어 내 삶까지 대신 설명할 필요는 없다. 한 사람의 독서 경험을 출발점 삼아, 내 질문을 한번 들여다보면 충분하다.
오늘 하루가 막막하다면 인생 전체에 판결을 내리기 전에 질문부터 고쳐보자. “나는 왜 이 모양이지?”보다는 “지금 무엇 하나를 바꾸면 조금 나아질까?”가 낫다. 우주를 이해하는 일은 멀어도, 내일을 덜 답답하게 만드는 질문은 오늘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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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 Make It · 머스크가 히치하이커 책에서 얻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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